사실 별 관심 없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여러 번 말했지만 저는 좋아하는 뮤지컬은 몇 편 있어도 뮤지컬 전반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걸 지른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 됩니다. 첫째로, 존 패트리지 -_-; 이 몹쓸 양반이 런던에서 그랭구아르 역을 하며 부른 <대성당의 시대>에 살짝 낚인 적이 있다는 겁니다. 이 양반 다른 건 몰라도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해. 둘째로, 이번 학기에 듣는 교양수업 발표준비 때문이었습니다. 여차저차 하다보니 빅토르 위고를 주제로 하게 되었는데 그 대선생님 하면 제일 유명한 건 역시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드 파리>란 말이지요.(그래서 요즘 또 TAC 붙잡고 짤짤거린다는 건 패스) 세번째로, 지금이 무려 반액! 반액할인기간이었습니다. 이거 강하던데요..-_-; 그래서 과감히 질러버렸습니다. <캣츠>랑 이걸 예매하고 나니 이달의 통잔 잔액이 대략 안습이더군요. (...)
이었습니다. 콰지모도는 본래 김법래 님이 하기로 되어 있었나 본데 건강상 문제로 윤형렬 님이 나오셨다는군요. 뭐 이렇게 적어놓았어도 사실 제가 아는 배우는 한 분도 없습니다.(...) 여하튼 배우분께서 속히 회복되길 바랍니다. 배우나 노래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닌 고로 느낌을 기준으로 적자면, 클로팽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방인의 궁전>이 끝난 후에 가장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던 것 같습니다. 페뷔스와 프롤로는 초반에 좀 목이 덜 풀렸다는 느낌이었지만 나중엔 멋들어지게 목청 자랑 하시더군요. 그런데 프롤로가 본래 이렇게 사나운 캐릭이었던가요. 발음을 너무 강하게 하셔서 그런지 난생 처음 부닥친 인간적인 문제로 번민하는 금욕적인 신부의 느낌은 저언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을 거절한 여자한테 열받은 막강한 권력자라는 느낌...; 그런데 그럴 거면 왜 <네가 나를 파멸시키는구나>에서 약한 모습 보이셨을까요. 필름에선 양쪽에서 밀려오는 돌을 몇 번이고 강하게 밀어내며 고통을 표현하던데 여기선 짓눌리기 전에 그냥 스르륵 빠져나오더군요. 뭔가 이미지가 안 맞는데..; 그랭구아르는 하필 <대성당의 시대>에서 약간 호흡이 끊어지는 느낌이 있어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멋졌습니다.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는 두말할 것 없었고요.
원작 소설은 위고 선생 특유의 주절주절장광설이 반은 넘어가니까 레미즈가 그랬듯이 각색할 필요가 있긴 할 겁니다. 그런데 좀 새롭네요. 특히 기적궁 패거리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습니다. 원작에서 그들은 프롤로에게 속은 그랭구아르에게 넘어가 성역을 공격하는 한낱 거지패에 불과하지만 뮤지컬에선 사회의 이방인, 핍박받는 소수자로 묘사되었습니다. 클로팽의 죽음 때 이들이 수천 수만이 되어 다시 돌아오리라던 그랭구아르의 선언은 이야기의 배경이 르네상스 직전인 걸 생각하면 대략 3세기는 앞서간 거라 생각되지만 소름끼치는 데가 있더이다. (여기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바로 연상한 나는..;;;)
노래나 극 진행은 제가 접한 몇 안 되는 뮤지컬이 죄다 영국산이라 그런지 약간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넘버가 대체 몇 개야 이거.; 그리고 노래도 그 <대성당의 시대> 외에는 한 번에 삘이 팍 꽂히는 그런 것은 아니더군요. 그런데 묘하게 집중하게 되더란 말입니다. 필름으로 접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에는 1막이 끝나기도 전에 재미없어서 -_-;;; 꺼버렸는데, 노트르담은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지만 점점 더 몰입하게 되더군요. 춤도 굉장했고... 성남까지 먼 거리 간 게 후회되지 않을 만큼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그나저나, 성남아트센터가 본래 무엇을 공연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케스트라석이 안 보이더군요. 무대 양옆의 커다란 스피커로 녹음해서 돌리는 게 아닐까 싶은 음악을 틀던데, 뮤지컬이 본래 이렇게 진행되더랍니까? 따로 자리가 있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