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소녀 코제트> 감상, 이제 마지막 한 편만 남았다.
과연 대문호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위고 선생, 당신은 최고야. OTL

그 엄청난 만연체로 압박을 주던 완역판을 다시 봐야겠다. 자베르가 자살로 정반합을 끝낸 것이 아직도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략 이런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은 있지만 문장으로 정리할 정도는 아니네... 여하간 <레 미제라블>을 장발장이란 제목의 동화(...)로 처음 접했을 때부터 나는 자베르를 나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묘하게 이해됐달까.. 그가 맹목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법이란 개념이 실은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걸 아는 지금은 오히려 측은하다는 생각조차 한다. 공중누각 같은 것을 자신의 단 하나뿐인 정의로, 삶의 의의로 삼고 살아왔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게 자살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공황을 야기할 문제였던가?;;;

가설라무네, 그 애니는 대체 뭔가. 가브로슈야 뭐 극본가나 감독이 어린 꼬맹이가 총 맞아 죽는 걸 만화에서 묘사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넘어가겠는데 자베르가, 자베르가.. 저겨..........;;;;;;;;;; 나름 자신의 정의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살아온 인물이 그런 대사를 읊다니 무슨 역날도를 쥔 검심 사이토를 보는 것 같아 오한이 다 드는구만. 생각해 보면 그 애니는 부제가 무려 '소녀 코제트'로 인생의 승리자진짜 주인공은 코제트 -_- 라는 느낌에, 단 한 편 뿐이었지만 자베르가 인간을 불신하게 된 이유를 엄청 강조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더랬지. 장 발장과 자베르 각자의 정의가 대립하는 건 굵직한 소재는 되지만 주제까지는 못 간 건가? 휴머니즘 대 법이라는 정의의 대립이 아니라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인간에 대한 믿음 문제가 되면 자베르가 그렇게 -_-;;; 되는 게 이 애니에선 타당한 결말이려나. 아니 그렇지만, 극본가나 감독이 자베르 팬이란 냄새가 물씬한 게 원작의 결말을 바라진 않았던 모양인가 싶기도 하고 그 양반이 바리케이드 안에 들어갔을 때부터 죽지 마! 발장 저 양반좀 구해줘! 하고 나부터 절절거렸다만, 그래도 이런 결말은 아니지.;;;;;;;;;;;;;;;;;;


그나저나 이젠 자베르 하면 필립 콰스트가 생각나고 그 어른 생각하면 자동으로 콤발장이 따라오네. 애니에서 인사불성이 된 마리우스를 본가로 데려다줄 때 좁은 마차 안에 나란히 앉아서 옛 이야기나 두런두런하는 양반들이 도주 중인 전설적인 범죄자와 귀신도 때려잡을 경찰이 아니라 엄청 오랜 친구처럼 보여서- 뭐랄까, 10주년 기념 드림캐스팅 때 무대 정면에 나란히 앉아서는 남들이 노래를 하든 말든 두런두런 수다나 떨던 그 양반들과 겹쳐보였달까, 해서 내 눈이 다 훈훈해지던데- 이야 이거 뭔가 위험해.(...) 옛 생각에 디아님 댁 오이밭을 갔던 것이 실은 모든 떡밥의 근원이었던겨.(...)


p.s. 우리 학교에는 전자도서관이란 게 있었다. 집에서 컴 붙잡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 왜 여태껏 몰랐냐. OTL 컴으로 소설보는 건 싫은 노릇이지만 목발 끌고 학교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고. OTL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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