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04년도 영화라도 다시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건지 그 동기가 생각나지 않지만 엄청난 실수였던 건 확실하다. 영화를 본 이래 본문을 타자중인 지금까지도 런던 오리지날 캐스팅 버전으로 -_- 오페라의 유령이 귀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 것이다. 고3 때 그 증상 때문에 시험 하나를 말아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이건 또 무엇인고.;
(그 때 어떠했느냐면, 시험기간 동안 ost를 전혀 듣지 않았음에도 한 4번 쯤 풀 때부터 notes에서 프리마돈나에 이르는 부분이 좌악~ 머리속에서 무한반복되었다. 왜 하필 그 곡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왜 하필 그 때 떠오른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화끈하게 시험을 망쳤다. 초중고등학교 통틀어 최악의 점수가 나와준 것이다. =_=;;;)

영화 버전의 노래는 그다지 계속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지라 영화만 보고 난 상태에선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뭔가 아쉬운 마음으로 블로그 순회를 간 것이 화근이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극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많았고, 그래서 더 찾아보다 보니 여러 버전의 배우들을 비교하는 음악파일이 걸린 데까지 갔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갔더니 무려 브로드웨이 막공 때 인사나온 크로포드 씨 동영상이 나와주길래.

유튜브까지 들어가버렸다. 그곳은 진정 마의 구렁텅이였다. OTL

과감하게 캠을 켠 불법의 천사들 만세!! 서역의 누님들 만만세!! 나의 살아생전에 흐릿하게나마 직접 연기하고 있는 오리지날 캐스팅 배우들을 볼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ㅁ;


저작권이란 건 참 복잡하다. 저작권법 제 1조에 떡하니 걸려있는 문장은 이 법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을 천명하고 동시에 그 이용자들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노라고 선언한다. 저작권에 관한 법은 저작권자만 보호해선 제 구실을 다 할 수 없다. 이용자가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도 적당히 보호해줘야 한다. '문화의 발전'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보호 문제는 법조문 자체에 이거이거 침해하면 위법이라고 땅땅 못받아 놓았으니 대충 그런갑다 고개를 끄덕이면 되는데, 문제는 이용자 쪽이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문화컨텐츠는 스펙트럼이 무지 다양하다. 어디서 어디까지 어떻게 저작권자한테 주고 어디부터 이용자에게 허락할 것인가, 솔직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 말고는 답이 없다. 똑같이 책으로 나와도 만화책에 대한 보호방법과 소설에 대한 보호방법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공연 같은 경우에는 어떨까. 내가 며칠간 열심히 찾아본 영상들은 각국의 팬텀들과 옛날옛적 크로포드 팬텀의 공연 일부였다. 열정 있는 분들은 어떻게든 시간과 돈을 들여 저 멀리 유럽까지도 찾아가서 보고싶은 배우의 공연을 보시는 듯하지만, 나한텐 무리다. 우선 비행기 탈 돈이 없다! OTL 더군다나 여러 사람들이 극구칭찬한 몇몇 팬텀들은 후임에게 바톤을 넘기고 지금 다른 공연을 하느라 바쁘다. 시간적으로도 이미 기차는 떠난 뒤였다 이거다. 그래서 그 사람들 디비디가 나오는가? ost가 들어오는가? 나는 윤팬텀 실황 디비디 같은 이야기조차 들어본 적도 없다. 우리나라 팬텀도 그런 거 안 나와줘서 기억 속에만 간직하고 있는데(그나마 내가 본 건 장섭팬텀이었지. 윤팬텀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다 -_-;) 딴 나라 것을 어찌.;;; 분명 서역의 누님들이 캠에 담아온 영상들은 불법이다. 그렇지만 그분들 덕에 나는 본래대로라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것들을 보고 들었다.

현재 한창 공연중인 배우의 영상을 캠으로 담아다 올렸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 배우조합에서 빨간경고문 띄워도 할 말 없는 거다. 하지만 이미 끝난 공연, (유저 기준으로) 머나먼 타국의 공연, 돈 있어도 현실적인 문제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도 다 제재해야 하는가, 그건 좀 불만을 표하고 싶어진다. 저작권의 미묘한 맛이 여기에 있다. 일괄적으로 선 그어놓고 이 선 넘어오면 불법! 제재! 그런 소릴 해서야, 이용자 입장에선 님하 안드로메다 다녀왔음? 소리밖에 나오지 않을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윤창출여부로 모든 것을 제단하는 자본주의 방식에 가둬두기엔, 문화란 너무도 위대하지. 저작권법은 생각할 수록 재미있다.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면 이걸 전공할 텐데.



p.s. 그리고 오늘 확실하게 알았음. 버틀러와 로섬에겐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노래만 두고 본다면 역시 뮤지컬 쪽 배우들을 결코 따라갈 수 없겠음. the phantom of the opera가 그렇게 맥빠지게 들리다니...;

p.s.2 하나 더. 살인마변태스토커가 연민의 정까지 자아내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예술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거. 오오 웨버 오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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