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는 거의 없습니다.
아침에 학교에서 일식을 구경하고, 시간이 조금 남길래 메가박스에 갔습니다. <해운대> 예고를 처음 본 게 아마 <터미네이터4>를 보러 간 때였을 겁니다. 그 때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재난영화는 여름 블록버스터의 단골메뉴로서 돈을 처묵처묵하는 법이고, 게다가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스토리는 차치하더라도 현실감과 볼거리를 보장할 CG 쪽에서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볼거리 쪽은 확실히 할리우드 영화로 단련된 제 눈에 조금 부족해 보이고 양적으로 성에 차지 않더군요. CG기술이 국산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제작비의 절반 가까이를 그 몇 장면 제작해 달라고 할리우드팀에 바쳐야 했다니까요.
대신, 영화는 부산의 해운대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맞춥니다. 무지막지한 지진해일이 정말 단 한순간에 쓸어버리기 전까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하며 내일도 그럴 것처럼 평범하게 일상이 계속되는 모습들을요. 어찌 보면 지진해일로 쑥대밭이 되는 순간을 짧게 잡은 것이 이런 이야기 흐름에 좀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상의 이야기 면에서는 어떠했는고 하니, 관객들이 계속 푸하하 우헤헤 낄낄낄 웃느라 바빴습니다. 웃기더군요. 이게 실제 일이라면 당사자들 앞에서 웃다가 힐로 찍힐 것 같은 상황들인데. ^^; 그리고 해일 후로는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러브 액츄얼리>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저기서 착착 퍼즐 맞추듯이 관계를 맺으며 들어맞던데, 그런 연출은 감정선이나 이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집중시킬 수 있으니까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고 나왔습니다.
단. 이건 <해운대> 뿐 아니라 웬만한 블록버스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깊이 생각하면 집니다. 서민 대 개발자들 내지 순박한 지방민 대 뺀질한 서울놈 같은 식으로 살금살금 나타났던 대립구도는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한 채 해일 앞에서 쓸려가는군요. 그래도 설경구 씨의 숙부로 나온 분(굉장히 유명한 배우인데 어째선지 저는 이름을 모릅니다;;)의 마지막 장면과 엘리베이터에서 엄정화 씨가 보여준 연기는 좋았습니다. 특히 설경구 씨의 숙부;;;;; 맡으신 분의 그 순간 그 연기가 설득력을 얻었다면, 그건 영화 맨 처음부터 계속 보여주던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구조대원으로 나온 분(아이고;; 스탭롤이 빠르게 올라간데다 배역들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서 확인을 못 했습니다;;;)도 참 훈훈하니 좋았는데.
윤제균 감독의 도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한국의 스탭들이 기술을 팍팍 배워서 할리우드의 각종 블록버스터조차 골로 보낼 수 있는 -_-~ 훌륭한 CG를 만들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그나저나, 요즘 부산분들이 나이 지긋한 분들 말고도 사투리를 잘 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친척들을 보면 억양은 갈 데 없는 부산 억양이어도 사용하는 단어는 서울말에 거의 가깝거든요. 영화를 보던 중 가끔 대화를 못 알아듣고 제 지역적정체성을 고민했심다. 나, 나 고향도 본관도 경상돈디;; 쟈들 뭐라 씨부리쌌노;;;;



p.s. 리나가 마구 날린 드래곤슬레이브의 여파로 덮쳐드는 해일도 쓰나미라고 부릅디다. 지진으로 일어나는 해일만이 쓰나미인 건 아닌가 보더군요. 한국어에는 지진해일이라는 멀쩡한 말이 있건만, 인도네시아 참사 이래 쓰나미로 정착되었습니다. 뭐, 시멘트가 표준어 돌가루가 사투리인 마당에 무엇을 쓰든 의미만 통하면 되지 않겠느냐 싶긴 하지만, 괜히 제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p.s.2 스탭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분 허 구 연  이 대 호  로 이 스 터 그 외 롯데 선수단 OTL 삼롯전이던데 삼성은 어디 갔음? 롤이 너무 빨리 올라가서 내가 놓쳤나? 아무튼 설경구의 꼴리검 연기는 -_-b 대호가 욱하는 모습은 거의 나 화났어 씨잉 ㅠㅅㅠ 으로 보였음(...) 그 와중에 울려퍼지는 부산갈매기와 가~~르시아~~♪ (...)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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