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4



좋았으! 차갑게 앞뒤 재며 생각하기 전에 뜨겁게 앞뒤 없이 주절거리러 왔습니다!

...토도가 말했다시피, 대장을 잃으면 강군도 약졸되는 법이죠. 해서, 대장은 함부로 몸을 드러내면 안 됩니다. 기본 상식중의 상식이지요.

오늘 장군님이 직접 활을 잡고 나선 데서 전 기가 차 말이 안 나왔습니다. 여긴 옥포지 사천도 노량도 아니다-! 라고 속으로 버럭거렸지요. 하지만 따지고 보자면 그런 드라마틱한-_- 장면을 뽑아내게 된 건 적을 완전히 때려잡으려고 일부러 틔워줬더니만 진형을 무너뜨리고 돌격해 들어간 말 안 듣는 아군도 한 몫 하니..



드라마 상에서, 원균은 나름대로 육전에선 공을 세워왔다 자부하는 인물이고, 이순신에 대해서는 소싯적에 그가 우러르던 형님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그런 인물이 현재는 동급지휘관인데다 자신의 관할해역에서 '명령'을 내리겠다 하니 이래저래 대해 꼬인 심사를 보일 만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니까 저는 원균을 이해하겠습니다. 실제로 역사에서 제가 그 자리에 가 있었더라면, 저는 원균에게 어떤 쌍욕을 던졌을지 모르겠군요...=_= 일자진입니다. 조선군이 함포공격을 할 수 없으면, 최악의 경우 전열이 돌파당해 외려 만 쪽으로 포위당합니다. 하긴 그래봤자 일본군 배에 함포가 없으니 갑판만 안 내주면 그럭저럭 방도는 있었겠지만 피해가 컸겠지요. 그렇게 되지 않은 건 순전히 시작하자마자 일본이 크게 깨진 데다 밖에서 동조해줄 세력이 없었다는 것 뿐. 그렇더라도 원균 씨 말마따나 전장에선 뭐가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인데, 너무 경솔하더군요. 그렇게 속좁은 인물이냐 하고 혀를 차게 될 만큼..



'드라마'니까. 제 3자로서 저는 원균의 꼬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됩니다. 전쟁이 됐든 일상의 일이든, 조직이 주가 되어 일을 하게 된다면 저럴 수가 없습니다. 옥포 해전에 대해 제가 가진 이미지는 깔끔하게 유쾌 통쾌 상쾌입니다만, 오늘의 전투를 보니 통쾌하다가도 속이 타는군요. 원균이라는 인물이 앞으로 이순신에게 얼마나 괴로움이 될지...



(그렇다고 조선의 장수더러 칵 죽어버렷! 이라고 할 수도 없잖습니까. =_= 아, 갑자기 떠오른 건데 원균이 가고 나중에 오는 진린이라는 작자는 또 여우 피하니 호랑이 만난 꼴이군요. 보면 볼수록 장군님 인생은 대체 순탄했던 역사가 없습니다..)





녹도 만호 정운에 대해 저는 이순신이 가장 아낀 부하 중 하나였다고 기억합니다. 음. 좀더 두고 봐야겠죠. 지금은 이순신을 겁장이라 부르며 경멸하는 이영남이야말로 나중에는 장군님을 닮고 싶었습니다 어쩌고 하며 전사하는 역할이니, 정운이 어떻게 장군을 진심으로 따르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는 장군의 사람이 되지 않겠네 어쩌고 하던 권준이 지금은 좌수영의 전담 카운셀러이자 장군님의 믿음직한 두뇌가 되어있고, 뒤에서 흥흥거리던 김완은 장군을 위해 부끄러운 것도 무릅쓰고 사람을 얻어오기까지 했지요. 기대됩니다.



에고..이제 시험기간인데, 게임은 안 해도 불멸은 봐야 할 터! 전공 시험은 주말 쪽에 몰려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_=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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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18



베르세르크는 에.. 이거 좋아하는 분들은 무지 매니악하고 싫어하는 분들은 끔찍이 혐오할 작품이죠. 응단의 황금시대를 제외한다면 -실은 그 시대도 영광의 역사가 피로 씌어져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 유혈, 강간으로 얼룩져 있으니까. 그게 절정을 이룬 건 19권이었나, 맛 간 세상에사 맛 갈 데로 가버린 인간들이 자포자기한 채 자신조차 잊고 광란의 섹스파티를 벌이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그리고 그 반대작용은 각성(?) 전의 파르네제로 대표되는 마녀사냥이고요).

아무튼, 그야말로 19금으로도 부족해 24금쯤 붙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지는 <베르세르크>. 사고 터진 그 날 이래, 입단 전의 모습, 즉 본래의 자신의 모습인 외로운 떠돌이 검사로 돌아갔던 가츠는 '동료'를 맞이하면서 점점 광전사에서 사람으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군요. 27권은 왕국의 수도에 들어온 공제(恐帝)가 말 그대로 시체로 성을 쌓고 지상에 악마를 도래시킨(..이것도 네타냐?;) 모양새를 갖춘 가운데, 그리피스가 샬로트 공주(오, 아직 살아있었더군요-_-^)를 음음해서 음음하야.. 이하 네타이므로 생략. 여기서 뭔가 다채로운 상상을 하신다 해도 할 말은 없군요. 당신은 성인이니까. 허허허.-_-; (만일 미성년자인 분이 상상을 하신다면 방향은 두 가지. 되도록이면 동화틱한 쪽이었으면 합..이 아니라, 당신! 왜 미성년자가 이걸 보쇼!) 아무튼 그런 가운데 가츠 일행은 캐스커를 엘프의 땅으로 데려다주기 위한 여행 중에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오, 코믹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은 말 안 합니다!;

27권은, 파크로부터 시작해서 파르네제 일행과 세르피코, 그리고 그 꼬마 마법사가 가츠의 동료가 됨으로써 응단이라는 두 번째 '가족'을 잃고 절망했던 가츠에게 세 번째로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밤비노는 가족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픈 분, 가츠 앞에서 말씀하시길. 단, 생명보험은 들고.-_-;) 아주 조심스럽게요. 앞으로 가츠의 여행이 어떻게 될지, 캐스커는 어떻게 될지, 둘의 이도 저도 아닌 자식은 어떻게 될지, 그리피스는 뭘 계획한 건지, 더 두고봐야 알겠지요. 가츠의 여정의 끝은 더이상의 절망은 없다고 생각했던 그 때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이 '동료'의 모습을 갖춰가는 일행들을 보면 조금쯤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전까지의 <베르세르크>의 분위기와 비교하자면, 정말 미미한 빛이 보인 기분입니다. 착각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러워지는.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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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12


그간 안 쓰다 아주 간만에 쓰려니 뭔가 좀이 쑤시네.; 아무튼.

말 많은 거북선 침몰씬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떠든 이야기가 많으니까 저는 짧게 말하죠. 무리수이긴 했지만, '드라마'로서나 거북선이라는 위대한(...원래 무기에 '위대한' 소릴 붙이면 정신병자 취급했지만, 지금은 별 수 없네;) 발명품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노력- 즉 임란에 대비한 좌수영의 눈물어린 노력에 대한 묘사로는 괜찮은 설정이었습니다. 선전관 기타 등등이 보는 앞에서 저리 된다는 좀 엄한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어차피 '드라마'이고 다들 아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54화를 보면서, 전라좌수영은 이제 명명백백히 하나의 '조직'이 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신선조와 비교하면 좀 아귀가 안 맞는데. 아무튼 사람들의 마음이 드디어 맞게 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이 신선조 같은 걸 발굴해서 재미있는 소재로 써먹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역사에서 뭔가를 '사람들의 집단'으로 발굴하기보단 그런저런 '영웅님과 그 밖'으로 묘사하는 쪽이라, 사람'들'을 느끼고 즐기기엔 빈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좀 민망한 생각입니다만 신선조엔 동인녀가 있어도 우리나라의 어떤 위인에도 동인물이 붙었던 과거가 없었다 봅니다. 쿨럭;) 평소와 달리 마구 고함을 치며 좌중을 휘어잡은 권준 형님의 공이 지대합니다.ㅠ_ㅠ

그리고 일본인에 대한 묘사. 전 이게 불만스럽습니다. 와키자카를 비롯해서, 일본은 천성적으로 조선을 침략하지 못해 안달이 났고 조선 침략 또한 필연적인 것이었으며 이순신이 그들을 박살낸 것도 필연적인 전개인 것으로 쓴 느낌이라서요. 개인적으로 민족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고 보는 쪽이라; 그런 묘사는 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뭐 친일보다 친북이 더 나쁘다는 둥 괴이쩍은 소리를 하는 아저씨-_-^덕에 인심이 더 수상해져서 저더러 친일파냐고 눈에 쌍심지키고 달려들 분들 분명 계실 듯 하군요. 하지만, 아무리 밉살스런 일본이라도 '적은 뿌리까지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이건 아니다 싶을 뿐입니다. 똘이 장군식 사고하고 다를 바가 없어 보이거든요. 쩝.

그러고 보니 54화라. 장군께서 전몰하신 게 54세 때였죠.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쨌거나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길고 긴 기다림이 끝나 드디어 불멸 하는 날인 것입니다.ㅠ_ㅠ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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