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13



1. 어제도 신선조와 이순신 사이에서 갈등. 앰한 리모콘만 건들건들하다, 노량해전이 벌어진 이순신에 결국 올인. 그러고 보니 신선조 쪽은 슬슬 삿쵸동맹 성립인가? 신선조의 멸망이 머지 않았구먼.(...)

2. 3화는 여차여차 하다보니 놓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음. 시작하자마자 왕의 선전관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이 드라마의 이순신은 뭔가 할 말이 많은데 속으로 꼭꼭 눌러놨다가 한번 무지막지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터프한 성격인가......

3. 노량해전에선 아군에서 장수급 인물들이 줄줄이 전사한다. 대미를 장식하는 건 역시 대장님인 통제사. 그거야 어찌 됐든 상관 없는데, 격전 중에 총지휘관이 부장 하나 죽었다고 지휘는 내팽개치고 거기 가 있어도 되는 건가? 인의로선 당연한 거지만 장수로선 말도 안 됨. 그나저나 와키자카는 한산도에서도 물에 빠졌던가 할 텐데 이번에도 괜히 설치다 떨어지는군.

4. 그 와키자카가 지니고 있던, 도요토미가 직접 하사했다는 검 말인데, 일본도스럽지가 않다. 일본도의 특징 하면 역시 불가해한 형상의 인문(刃紋)인데 그게 없잖아. 어두워서 내가 못 본 건가? 16세기 말이면 일본도는 지금 전해지는 형태에 얼추 비슷한 형상이 되었을텐데..
그리고 비스트 님이 지적하셨던 대포. 정확하다. 쐈는데 미동도 않는다. 반동이 전혀 없는 해전용대포라니 굉장해!-_- 그런데 그때 수군이 배에 비격진천뢰류의 폭탄을 실었었는지? 이건 잘 모르겠는데.. 포탄만 실은 거라면 저렇게 불을 뿜으며 화려하게 적을 때려부술 수가 없을 텐데. 누구 정확히 아시는 분?

5. "신은 전하를 섬긴 것이 아닙니다. 전하의 하늘인 백성을 섬긴 것입니다... 전하의 하늘을 구리거울처럼 맑게 닦으소서." 유성룡이 이순신을 잡으려드는 선조를 말리다가 윤씨들과 눈싸움하고 뱉은 대사. 우리 어머니가 감동하셨다. "저런 정치가가 많아야 하는데." 이제 한량 되었겠다, 징비록 집필에 들어가셨구먼요.
징비록 1부에는(2부였나?) 끝에 이순신에 대한 짧막한 글이 들어있다. 드라마의 이순신은 격정적인 면을 제외하자면 기본성격은 그 묘사를 따르는 듯 하다. 징비록에 실린 다른 유명인들과 달리 이순신에 대해서는 유성룡의 개인적인 한탄이 보다 절절이 실려있더랬다. 당쟁 때문에 혹시라도 책잡힐까 싶어 친구가 잡혀갔을 때 드러내놓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사람의 한인가.

6. 드라마 극본 작가도 이순신자살설 지지자인가?

7. 다음회부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원균이 등장한다. 심히 괴이쩍다. 원균이 건천 출신은 아닐 텐데, 훗날을 위해 어떤 설정을 깔아둔 건지? 이번 주 토요일은 연고전이라 재방을 노려야 할 터, 괜히 기분 묘하다.-_-a

8. 그러고 보니 윤두수나 윤근수의 직계손들이 아직 건재하지 않았나?;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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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5

 

배우에 대해선, 연예인에 관심이 없다보니 누가 누군지 몰라 넘어가고.

드디어 기대하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시작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제작된 이순신 장군 관련물을 보면 특히 영상매체를 거친 작품들은 그렇게 인기를 끄는 걸 보지 못했던 듯 합니다. 그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시청 결과.

아, 이거 기대는 할 만 합니다.

이순신 장군 관련물들이 그리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저는 첫째로 작품들이 대체로 정형적이고 둘째로 사람들이 그런 작품들에 식상함을 느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순신은 호국의 성웅으로 항상 나라걱정과 왜구 때려잡기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인물이고 원균은 천하의 개망나니이며 왜적은 재수없는 상판에 정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이고 명나라는 거만하지만 어쨌든 결국에는 장군께 감화될 천병(天兵)이란 정형은 '이순신'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게다가 군사독재시절부터 어린이들에게 귀 따갑게 위대하다고 주입시켜온 군인영웅이다보니 그 위인을 존경한다는 말을 꺼내기도 왠지 머쓱하지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최소한 이순신과 진린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형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고니시의 첩자들이 본 것은 이순신을 위시한 조선의 장수들이 명나라 장수들과 서로 칼을 겨누고 살기등등하게 맞선 것입니다. 시기로 봐선 노량해전 직전인 듯 한데, 아직도 진린은 공을 세우는 데에 혈안이 된 뭣 모르는 외국인으로서 장군과 충돌하고 있더군요. 또한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고 또 늘 묘사된 이순신이라면 진린을 부드럽게 타이르고 타일렀을 테지만 드라마의 장군은 노기충천해 진린에게 상처를 낼 만큼 칼을 들이대고 있었으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무식하게 돌진했다가 뻘에 갇힌 진린을 구하기 위해 부하를 버리는 장면은 더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문헌으로 접한 그 전투는 무술년의 해전 치고 너무 피해가 컸다 싶었을 뿐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조명연합을 어떻게든 붙들어 전쟁을 끝내겠다는 명분이었다면 확실히 설명되긴 합니다만, 영상으로 보니 어쩐지 충격이 더 컸던 듯 합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어딘가 좋은 의미에서 흔들리고 있달까요.^^
하지만 아쉬운 건, 일본군은 여전히 정형을 따르고 있었더란 겁니다. 고니시의 말투가 좀더 가라앉고 무게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적을 멋있게 묘사할수록 주인공도 멋있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인인 걸 강조하기 위해 그런 과장된 말투를 쓸 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숨걸고 맞서야 했던 강력한 적이 겨우 이런 인물의 지휘를 받는다는 건 역시 끔찍한데요.;
아무튼 그 고니시가 "이순신은 적이 많다."고 말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은 일본 뿐 아니라 유성룡의 정적과도 (그들 멋대로의 해석에 의한) 적이었으니까요. 저는 장군이 완벽한 호국충정의 상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터지고 나라가 온통 생지옥으로 변해갈 때 전라도만은 보존했습니다. 누구의 지원도 없이 물량공세를 펼치는 적과 맞선 수군 덕이었지요. 그런데 정부는 그 수군의 머리를 너무나도 가볍게 베어버리려 했습니다. 고문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지만 정부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장군은 충분히 자기 인생에조차 회의를 느꼈을 겁니다. 게다가 풀려나자마자 어머니와 아들의 상을 연달아 당했지요. 보통 인간이 이런 상태라면 미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장군은 상복 대신 갑주를 입었습니다. 장군은 절대 조정과 사직에 대한 끓어오르는 '충정'이 아니라, 민초가 불쌍해서, 칼 찬 자로서 부끄러워서 전장에 임한 겁니다. '호국'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의 위대한 군사독재정부가 강조하고팠을 정부에 대한 '충정'의 상징은 아니지요.

어찌 됐건..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장군이 좀더 정형에서 벗어나 줬으면 합니다. 나라를 위해- 라는 끔찍한 소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뇌리에 세뇌된 것처럼 새겨져있는 소리일 터지만 적어도 삼도수군통제부의 누군가가 읊을 때엔 공허한 어조로 들렸으면 합니다. 아직 1화밖에 방송되지 않았으니 더더욱 바라건대,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 특히 원균은 화석같은 정형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지금 일본은 nhk2에서 방영하는 <신선조!>가 꽤 인기를 누리는 모양입니다. 저도 신선조의 팬으로서 할 수만 있다면 보려고 하지요. 조금은 씁쓸합니다. 신선조는 좀 심하게 말해 극우파 야쿠자같은 집단이었습니다만 최후최강의 무사집단이라는 낭만 때문인지 나라가 어지러우니까 우로 기우는 일본의 상황 때문인지 온갖 작품을 토해내며 환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작품'들이 중요합니다. <바람의 검심>의 와츠키 씨 가라사대 역사 연표를 노려보다가 신선조 팬이 된 사람 없다고, 저도 검심 아니었으면 신선조 따위 알지도 못했을 것이요 알아도 좋아할 리 없었을 것입니다. 그 신선조가 현대에 멋있는 무사집단으로 이미지가 잡혀가는 건 적당한 미화가 곁들여진 멋진 작품들 덕이지요.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게 없는 것인지. 일본이 신선조를 발굴해낼 때 우린 왜 의열단조차 -신선조가 극우 야쿠자면 의열단은 극좌 테러리스트다앗!- 제대로 살리질 못하는지. 저는 그 미화된 신선조를 좋아해 그 조직의 구성과 역사는 줄줄이 꿸 정도입니다만, 문득 삼도수군통제부의 조직과 구성과 역사는 거의 머리속에 들어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아찔해졌습니다.(..그 조직과 구성을 알아 뭣 하려 했냐면, 혹시 이쪽도 신선조처럼 팬픽을 써낼 수 있는 곳일까 싶어져서..와핫핫;)
문화의 힘은 군사력보다 강한 겁니다. 아무쪼록 이 드라마가 멋지게 성공했으면 합니다. 제가 오늘 밤 <신선조!>를 포기하고 <불멸의 이순신>을 택하려는 건 그런 바람 때문입니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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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6



1. 같은 시각에 하는 <신선조!>에 미련을 못 버려 먼저 시작하는 쪽에 올인하기로 했다. nhk에서 한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인가 뭔가 하는 프로 때문에-오카모토 타로인가 하는 사람이 이번 편의 주인공이었는데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상징이자 우리의 친구가 그리도 집착하는 찡그린 태양의 탑(정확한 이름 모름)을 제작한 사람이었다. 어, 신기하다- 한 10초 쯤 이순신이 먼저 시작되었다. 크윽, 시작부터 사이토가 등장했는데.;

2. 전에 투덜거렸던 고니시의 과장된 목소리와 말투가 '보통의' 사람 같아졌다. 대신 와키자카가 그 어투를 물려받았다.(.......) 괘안타, 괘안아! 이 정도면 양반이지.

3. 선조의 이순신에 대한 콤플렉스? 열등감? 죄의식? 마지막 것은 좀 아닌가. 아무튼 갈등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즐겁게도(?) 선조는 단지 무적의 인망있는 장수가 왕권을 위협하는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백성에 대한 어떤 죄의식 비슷한 것에서 이순신에게 감사하면서도 답답해진 걸로 묘사되고 있다. 또다시 정형에서 벗어나 줬다. ㅠ_ㅠ
하지만 마지막에 캄캄한 곳에서 보여준 면사첩은 정말 무서웠다고. 말로는 왕님을 "믿고 싶네"라고 한 이순신이나 내심은 그 면사첩만큼이나 뒤집어져 있다 이거다. 통제부의 부장들은 어조나 표현은 달라도 대부분 조정을 불신하고 있다. <칼의 노래>가 눈 앞에 왔다갔다 했다.

4. 닌자! 액션! 장군의 검솜씨는 가히 당대의 검호라 이르기에 손색이 없다!(...)

5. 삼도수군통제부 장수들의 관복은 동정이나 깃이 터져있고 보풀이 일어 있었다. 심지어 이순신조차, 세탁이 잘 되어 있을 뿐 약간 헤진 옷이었다. 같은 시각, 왕은 쌀 귀한 이 때에 술을 마셨고 선전관을 비롯한 조정 관료들의 관복은 눈이 부시게 깨끗해 새옷 같았다. 통제부의 고생이 보인다. 고증팀과 의상실 만세!

6. 진린의 속셈이 온통 적 뿐인 이순신을 미래의 핀치에서 건져내는 것이었다?! 대명국의 천병이 어쩌고 해도 결국은 이 조그만 반도국의 일개 장수가 그렇게도 마음에 들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답다. 남의 나라 전쟁에 어영부영 불려와 체면 때문에 얼만큼의 전공은 세워야만 해 신경과민의욕부족이 된 도독께선 공에 대한 조급함은 차치하더라도 일국의 사정 쯤은 한눈에 꿰고 있었다는 거다. 고니시가 보고 진린이 봤다. 외국인의 눈에도 보이는 왕님과 유능한 장수의 갈등구도! 문득 얀웬리가 떠올라버렸다.
그나저나, 등자룡이라는 장수는 무술년에 90쯤 되지 않았나? 왜 저렇게 머리가 새카맣지?

7. 이순신의 분장은 현충사의 그 공식영정을 수염 몇 올과 색만 좀 다르게 했을 뿐 거의 고스란히 실사로 옮긴 것 같다. 배우의 인상이 마음에 든다. 징비록에 묘사된 그대로다. (게다가 피곤해 보이는 그 눈이란!) 권준을 맡은 배우의 침중한 어조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사천에서 날라다닌 그 사람 맞소?
그나저나, 관음포구먼...

신선조를 포기한 보람이 있었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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