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포스팅은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트위터의 폐해가 이렇듯 심각합니다.(...)

비욘드의 플롯과 이야기는 매우 단순해서 얼핏 보면 미리니름을 주의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 있는 중요한 반전이 트레키에게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며 이걸 빼고 비욘드를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포스팅을 하려고 로그인을 할 때는 접힘글을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접힘글로 작성하고 미리니름을 실컷 하는 게 좋겠네요.

 

 

 

미리니름 100프로

 

 

Posted by 양운

2007년 1월 2일부터 시작해서 2016년 2월 23일까지 9년에 걸쳐, 공지까지 포함하면 총 521편의 작품이 연재된 끝에 삼국전투기가 완결되었습니다.

 

삼국지에 기반한 컨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은 군웅할거기를 살았던 주역들과 가장 닮은 삶을 살았던 마지막 영웅이 사라지는 오장원을 끝으로 완결을 내버리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릉대전으로 삼국이 완전히 정립되고 세력 간의 전선이 고착상태에 들어가는 223년 이후로는 전쟁의 양상이 국가 대 국가의 대결로 바뀌어, 뛰어난 개인이 홀로 무용이나 지략을 떨침으로써 천하의 판도를 바꾸는 일이 일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235년 오장원 이후 촉한 멸망까지 30년, 천하통일까지 60년간 전개되는 내용은 황건난이 터지는 180년대 중반부터 223년까지 벌어지는 난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집니다. 강유의 고난의 행군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조조의 나라는 빼앗기고, 손권의 나라는 안으로 무너졌으며, 사마씨의 천하는 정통성이 약한 쿠데타와 선양쇼 끝에 별다른 역사적 의의나 이전 왕조들과의 차별성을 남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중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끔찍한 시기인 오호십육국 시대로 떨어지게 될 서진을 만들 뿐입니다. 나름대로 오장원 이후 시대를 더 좋아하고 즐기는 팬들도 있지만, 그 이전 시대를 살았던 영웅들을 좋아하는 팬에게는 이후의 이야기가 지루하고 답답하고 힘들기까지 합니다. 오장원 이후의 이야기는 앞서 살아간 모든 사람들의 삶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실패한 것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나긴 추락이니까요. 삼국전투기는 오랜만에 그 괴로운 시기까지도 우직하게 다룬 작품이네요.유광잠바에 먼지 쌓는 엘지트윈스의 공이라고 생각합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동탁으로 인해 촉발된 190년대의 군웅할거기도 평범한 사람이 가족, 이웃과 함께 평범하게 수명을 누리며 살 수 없는 끔찍한 시대였지만(ex. 노자경 : 사수와 회수 사이에는 자손을 남길 땅이 없다. 못 살겠으니 우리가 떠나자 ㅅㅂ)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은 1800년 후에도 전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희망 또는 야망을 품고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 대단한 사람들이 그토록 노력하고 열심히 싸웠지만, 모두들 뜻하던 바를 온전히 이루지 못한 채 죽었으며 죽고 나서는 서진의 성립과 멸망을 통해 실패한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장대한 실패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두는 삼국지 컨텐츠라면 오장원 이후까지 모두 보여주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오장원에서 끝내는 것은 어찌 보면 앞서 살다가 죽었던 모든 사람들의 삶이 실패한 것으로 정의될 미래를 차마 볼 수 없어 슬그머니 숨겨버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한 실패의 상징과도 같은 가을바람 부는 오장원에서, 그 옛날 삼국의 정립을 선포하며 붉게 타오르던 곳이었으나 최후에는 그들이 아닌 사마씨에 의해 삼국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자리가 될 장강에서, 우리가 문득 떠올리고 돌아보는 것은 복숭아꽃이 떨어지는 도원입니다. 삼국지라는 서사가 시작되는 사건은 황건난이지만 우리가 그 이야기의 진정한 시작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유비, 관우, 장비라는 평범해 뵈는 청년들이 뜻을 세우고 평생을 함께하며 의와 정을 맹세하는 그곳입니다. 도원결의가 연의에서 꾸며낸 사건이면 어떻습니까. 삼국지는 꿈을, 의와 정과 불의와 비정을, 죽는 순간까지 당당했고 믿는 것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을, 그들이 던져진 매 순간들을 정말 열심히 살았던 그 삶을 평범한 우리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똑똑한 작가가 전달하려는 주제와 독자의 감흥을 계산해서 짜맞춘 논리대로 진행되되는 각본이 아니라, 실제로 역사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에 맞서 엉망진창으로 부대끼며 싸웠고 끝내 이야기가 된 인간군상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어떤 감정이 치밀어오르도록 부추기는 로망입니다.

 

그렇기에, 천하통일까지 우직하게 다루고 나서는 황건난으로 돌아가 모든 것의 원점이 되는 그 사람들을 보여주는 삼국전투기의 마무리는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이릉에 임하는 유비를 묘사할 때 짐작하긴 했지만, 최작가는 역시 삼국지라는 서사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삼덕이었네요.

 

 

미리니름이니까 짤 접기

 

 

삼덕으로서, 촉빠로서, 무엇보다 제갈빠로서 개인적으로 삼국전투기에 불만이 무척 많았습니다. 지금도 몇 가지 점에서는 최작가가 내놓은 것에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이 이야기는 끝났으니, 더 멋진 삼국지 컨텐츠는 다음 창작자들에게 기대할 일이겠지요. 끝내 한 편의 이야기를 완결지은 사람은 누구나 작가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훈임에야? 최훈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p.s. 사실 황건난은 반년만에 진압되진 않았습니다. 황건난이 일어난 건 180년대 초중반이고 그때부터 군대를 모아 진압했지만, 청주의 100만 황건적이 연주로 넘어와 자사까지 잡아 죽인 게 192년의 사건입니다(둘 다 무제기 기록). 황건적의 한 일파였던 흑산적은 역시 100만명 규모까지 불어나 하북 일대의 모든 동네를 쑤시고 다녔는데 조정에서 진압할 힘이 없기 때문에 우두머리인 장연에게 적당한 벼슬을 줘서 날뛰지만 못하게 어르는 걸로 그쳤습니다. 장연과 흑산적은 190년대 초중반에 공손찬과 협력해 원소를 적대하다가 관도대전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조조한테 귀순했고요. 그 밖에도 정사 여기저기에서 190년대 내내 황건적을 칭하는 크고 작은 무리가 나타나 난리를 칩니다. 180년대에 황건난을 중앙 차원에서 대응하려 노력하던 게 일시적인 일이었다고 표현했다면 정확했겠지만, 황건난이 금방 진압됐다고 적는 것은 약간 부정확하지 싶습니다.

 

 

Posted by 양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벌써 10월이 되었고 그 중에서도 1/3이 지나가버린 것이냐...?

 

이런저런 이유로 일주일 내내 새벽 타임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보니, 갈수록 짧아지는 낮은 더욱 내 시간에서 줄어들고 하루 하루는 멍 때리며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에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구나.

Posted by 양운